- 2005년부터 수백억대 확충 계획 반복, 490억원 사업도 불투명, 체육회 측 “향후 계획 없다” 유선 답변
- “보여주기식 발표 멈추고, 고지대 특화·공동활용·지자체 이관 및 지역경제 연계 등 실질 대책 시급”
- [시민제안] 태백시 이관 후 ‘최고 전망’ 살린 복합 랜드마크·반려동물 파크 조성, 소형 풍력·ESS 결합 ‘전기차 무료 충전’으로 탄소중립 관광도시 도약해야
[연리지TV-편집장 지병호] 국가대표 선수들 고지대 훈련 요람으로 조성된 태백선수촌이 이용실적 급감과 20년째 표류 중인 시설확충 사업으로 인해 사실상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무용지물로 전락한 선수촌을 태백시로 과감히 이관받아 천혜 조망권과 풍력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복합 관광 랜드마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시민사회 창의적인 대안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산업전환지역발전전략연구소(소장 최미영)는 최근 대한민국 체육백서와 태백선수촌 운영현황 검토자료, 관련 언론보도 및 대한체육회 질의 내용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명확한 정책방향 제시와 태백시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 진천선수촌 개촌 이후 이용객 급감, 2024년 입촌 인원 단 ‘10명’
해발 1,330m 고지대 환경을 활용해 국가대표 선수들 심폐기능과 지구력 향상을 지원하고자 1998년 6월 개촌한 태백선수촌은 현재 숙소 17실(최대 51명 수용)과 간이체육관, 체력단련시설, 크로스컨트리 훈련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와 협소한 수용 규모, 생활편의시설 부족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2017년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이 정식 개촌하며 훈련체계가 진천 중심으로 재편되자 이용실적이 급감했다.
연구소가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개촌 초기인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약 294명에 달했던 태백선수촌 이용인원은 집계가 확인되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2024년에는 복싱 1개 종목 10명만 입촌한 것으로 나타나, 같은 해 연간 훈련지원 인원이 6,801명으로 집계된 진천선수촌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연구소는 이를 단순한 시설 노후화 문제가 아닌 국가대표 훈련체계 변화, 기능 중복, 차별화된 활용전략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진단했다.
■ 2005년부터 공수표만 날린 시설확충, 490억원 사업도 ‘오리무중’
더 큰 문제는 20년 가까이 반복된 ‘희망고문’식 시설확충 계획이다. 태백선수촌 시설확충 논의는 2005년 본격화되어 2007년 부지매입비와 설계비 등 예산 10억원을 확보하고, 총사업비 336억 5천만원을 들여 다목적체육관과 숙소를 확충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후 사업 규모를 37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실제 공사로 이어지지 못했다.
2020년 당시 태백시장이 대한체육회장에게 시설확충을 건의하며 논의가 재점화됐고, 대한체육회는 2021년 2월 용역보고회를 열어 총사업비 490억원을 투입해 다목적체육관과 160명 수용 규모 숙소를 짓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어 2022년 타당성조사 용역비 3억원 편성이 발표됐고, 태백시 신년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2025년 착공 목표’가 대대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소 확인 결과, 해당 사업 최종 승인 여부나 정부예산 확보 실적, 착공을 위한 후속 행정절차 등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연구소가 향후 운영 및 활용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발송한 공식 공문과 관련하여, 대한체육회 담당 직원은 유선 통화에서 “현재 별도 활용계획이나 시설확충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정확한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서면회신을 요청한 상태다.
■ “태백시, 보여주기식 건의 홍보 멈추고 투명한 진행상황 공개해야”
연구소는 수백억원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계획 발표만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며, 사업주체인 대한체육회 의지뿐 아니라 문체부 사업 검토, 정부예산 편성, 국회 심의 등 실질적인 협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태백시를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그동안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만큼 관계기관 방문이나 건의 실적을 알리는 데 그치지 말고, 계획 수립·타당성 검토·예산 반영·착공 등 사업 단계를 명확히 구분해 시민들이 추진상황을 실제보다 진전된 것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이 몇 차례 발표됐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결정됐고, 어떤 예산이 확보됐으며, 언제부터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구소 해법은 ‘활용전략’, 고지대 특화·공동활용·지자체 이관 및 지역경제 연계 제안
연구소는 태백선수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단순한 건물 신축을 넘어선 ‘기능 재편’과 ‘운영 다각화’를 제시했다.
첫째, 고지대 전문훈련시설로 재편이다. 해발 1,330m 고지대와 산악지형, 고도차, 서늘한 여름 기후를 살려 중·장거리 육상, 마라톤, 산악·트레일러닝, 사이클 등 지구력 중심 종목에 특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동시에 이용 대상을 국가대표에서 후보선수, 청소년대표, 실업팀, 대학팀으로 넓히고 스포츠과학 측정, 체력관리, 회복 프로그램을 연계하되, 사전 수요조사와 구체적인 운영계획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공동활용 및 시설 이관 검토다. 우선 대한체육회와 태백시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국가대표 비사용 기간에 실업·대학팀 전지훈련을 유치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만약 대한체육회와 정부 중장기 운영 및 확충 의지가 없다면, 과거 1996년 진해선수촌이 해군으로 이관되고 온양수영장이 온양시로 이관된 사례처럼 태백시로 시설 이관도 정책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 이관 시에는 소유·관리권, 개보수 비용, 연간 운영비 등 법적·재정적 검토와 함께 기존 태백시 전지훈련시설과 기능 연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경제와 실질적 연계다. 선수단이 선수촌 내부에서만 숙식과 훈련을 해결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추가 숙박 수요를 시내 숙박업소와 연결하고 지역 음식점·교통업체 등이 전지훈련 수요에 참여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충사업 추진 시에도 예상 이용인원과 운영비, 지역 소비 유발효과를 사전에 면밀히 따져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시민제안] ‘최고 전망’ 살린 5층 이하 복합 랜드마크로 전환, 소형 풍력·ESS ‘전기차 무료 충전’으로 청년 일자리·탄소중립 두 토끼 잡아야
한편, 연구소 ‘시설 이관 검토’ 제안과 맞물려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태백선수촌 부지를 태백시가 완전히 이관받아 지역경제를 견인할 ‘친환경 복합 관광 랜드마크’로 과감히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민제안이 나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제안 핵심은 태백선수촌이 위치한 부지가 태백시에서 가장 뛰어난 최고 전망을 자랑하는 천혜 요충지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곳에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5층 이하 규모 랜드마크식 건축물을 조성해 특색 있는 레스토랑, 파노라마 전망대, 대형 커피숍 등을 집적화하고, 기존에 확보된 드넓은 운동장 부지는 대규모 주차장과 최신 트렌드에 맞춘 반려동물 전용 공간(펫 파크)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국 반려인구와 관광객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태백시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제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지대 특유 기후를 역이용한 ‘탄소중립 에너지 특화 전략’이다. 해발 1,330m 고지대 특성상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이 부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단지 내에 소형 풍력발전기와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체 생산·저장된 친환경 전력을 바탕으로 이곳을 찾는 전기자동차 이용 시민과 전국 관광객들에게 ‘전기차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전국적인 화제성과 집객 효과를 불러일으켜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충전 시간 동안 관광객들이 전망대와 커피숍, 레스토랑, 펫 공간에 머물며 자연스럽게 소비를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는 ‘관광 태백’ 새로운 명소 탄생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지향하는 ‘탄소중립도시 태백’ 비전에 완벽히 부합하는 상징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산업전환지역발전전략연구소는 “태백선수촌 문제는 단순히 낡은 시설을 새로 짓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수백억원을 투입하더라도 이용할 선수단이 없고 지역경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20년간 반복된 계획 발표에서 벗어나 대한체육회와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결정, 태백시 실질적인 대응, 그리고 지자체 이관을 통한 과감한 관광 자원화 등 지역경제와 연계된 지속가능한 활용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